드론 산업 가치사슬 경쟁 구도 그리고 미래 전략

2025-10-24, G25DR

1. 서론: 4차 산업혁명의 총아, 드론 산업의 현재와 미래

드론(Drone), 즉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는 더 이상 단순한 비행체나 촬영 장비가 아니다. 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고정밀 센서, 5G 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집약되고 검증되는 최적의 테스트베드이자, 다양한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1

과거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어 정찰 및 공격 임무에 국한되었던 드론은 기술 발전과 비용 하락에 힘입어 그 활용 범위를 폭발적으로 넓혀왔다.2 이제 드론은 취미·레저용 소형 기체를 넘어, 농경지에 정밀하게 약제를 살포하고,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교량과 송전탑의 균열을 진단하며, 긴급 의약품을 신속하게 배송하는 등 민간 및 상업 영역의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1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드론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역동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AI 기반 자율비행 기술의 고도화, 센서의 소형화 및 정밀화, 그리고 비가시권 비행(BVLOS) 허용과 같은 규제 환경의 진화는 드론의 활용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키고 있다.3 특히 주목할 점은 산업의 무게중심이 기체 제조라는 하드웨어 영역에서, 드론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공하여 실제 산업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1 이는 드론 산업의 수익성과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보고서는 부품에서부터 기체, 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용역에 이르기까지 드론 산업의 전체 가치사슬을 다각도로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 각 분야의 현황과 시장 전망, 글로벌 및 국내 경쟁 구도, 그리고 수익성 구조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힌 드론 산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드론 산업 가치사슬 및 시장 현황

2.1 드론 산업 가치사슬 구조 분석: 부품에서 서비스까지

드론 산업은 단일 제품이 아닌 복잡한 생태계로 구성되며, 그 가치사슬은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4

1. 핵심 부품 (Components): 드론의 성능을 좌우하는 기초 단계다. 모터, 변속기(ESC), 프로펠러 등 비행을 담당하는 추진 시스템, 비행 자세를 제어하는 비행 컨트롤러(FC)와 각종 센서(관성측정장치, GPS, 이미지 센서, LiDAR 등)를 포함하는 제어 및 항법 시스템, 그리고 기체 프레임, 배터리, 통신 모듈 등이 이 단계에 속한다. 기술 집약적 특성이 강하며, 고성능 부품 시장은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

2. 기체 제조 (Hardware/Platform): 핵심 부품들을 조립하여 완제품 드론을 생산하는 단계다. 군사용, 상업용, 소비자용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기체가 제조된다. 이 단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

3. 소프트웨어 (Software): 드론의 운용과 데이터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단계다. 기체의 비행을 직접 제어하는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펌웨어), 임무 계획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지상관제소프트웨어(GCS), 그리고 드론이 수집한 방대한 이미지나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3D 모델링, 작황 분석, 시설물 이상 탐지 등 유의미한 정보로 가공하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나뉜다.

4. 서비스 및 용역 (Services): 드론을 활용하여 최종 사용자에게 특정 솔루션을 제공하는 단계로, 가치사슬의 최정점에 위치한다. 항공 촬영, 농업 방제, 시설물 안전 진단, 측량 및 매핑, 물류 배송, 교육 및 컨설팅 등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여기에 포함된다.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Domain Knowledge)와 전문성이 요구되며, 가장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영역이다.

이러한 가치사슬 구조는 드론 산업의 가치가 점차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드론 기체 자체가 보편화될수록, 그 기체를 활용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2 글로벌 드론 시장: 규모, 성장률 및 전망

글로벌 드론 시장은 군사 및 상업 부문의 수요 증대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시장조사기관별로 조사 범위와 기준이 달라 시장 규모 예측치에는 다소 편차가 존재한다. 이러한 예측치의 차이는 ’드론 산업’의 정의가 기관마다 상이하다는 점을 방증하며, 이는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전체 시장 규모보다는 특정 세분 시장에 대한 분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일부 조사는 하드웨어 중심인 반면, 다른 조사는 고성장하는 서비스 시장까지 포함하여 전체 규모를 더 크게 산정한다.

여러 기관의 전망을 종합하면, 글로벌 드론 시장은 향후 5~10년간 연평균 10%를 상회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Mordor Intelligence는 2025년 417억 9천만 달러 규모의 시장이 2030년에는 897억 달러에 이를 것(연평균 성장률 13.90%)으로 예측했다.9 반면, Grand View Research는 2025년 837억 3천만 달러에서 2030년 1,636억 달러로 연평균 14.3%의 성장을 전망하며 더욱 낙관적인 시각을 제시했다.10

시장을 **군사용(Military)**과 **상업용(Commercial/Civil)**으로 구분해 보면 성장 동력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 드론 시장은 군사용이 지배적이었으나, 미래 성장 잠재력은 상업용 시장이 압도적으로 높다.1 향후 10년간 군용 무인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약 9%로 예측되는 반면, 상업용을 포함한 민간 무인기 시장은 35%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1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드론 활용 서비스 시장은 제작(하드웨어) 시장 대비 8.5배까지 성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연평균 51.7%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이 전망되기도 한다.1

지역별로는 현재 북미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강력한 국방 수요와 첨단 기술 인프라, 그리고 다양한 산업에서의 적극적인 드론 도입에 기인한다.9 그러나 성장률 측면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압도적인 제조 기반과 일본의 농업 및 인프라 활용, 인도의 적극적인 드론 산업 육성 정책 등이 맞물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9

표 1: 글로벌 및 국내 드론 시장 규모 전망 비교

1

2.3 국내 드론 시장: 현황, 정부 정책 목표 및 성장 잠재력

국내 드론 시장은 초기 군수 수요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나, 최근 몇 년간 정부의 강력한 육성 정책과 민간 부문의 수요 확산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704억 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2021년 8,406억 원으로 4년 만에 10배 이상 급성장했다.1 특히 농업(방제), 촬영(미디어), 건설(측량) 분야를 중심으로 민수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1

정부는 드론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드론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2026년까지 국내 시장 규모를 4조 1천억 원으로 확대하고, 기술 경쟁력 세계 5위권에 진입하며, 산업용 드론 6만 대를 상용화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1 이를 통해 17만 명의 고용 유발과 29조 원의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1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2021년 기준, 국내 드론 관련 업체 수는 4,994개에 달하지만 시장 규모는 8,406억 원에 그쳐, 기업당 평균 매출액이 2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3 이는 시장이 고도로 파편화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국내 드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영세한 기업 구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핵심 원천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요구되지만, 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한 단기 프로젝트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15 결과적으로 이는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을 모두 잃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단순한 기업 수의 양적 팽창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M&A 활성화 유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도 기업 육성 등 산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3. 핵심 부품 시장 분석: 기술이 수익을 결정한다

드론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부품 시장은 기술 집약적 특성이 매우 강하며, 부품의 성능이 완제품 드론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결정한다. 특히 추진 시스템과 센서는 드론의 비행 성능과 임무 수행 능력의 핵심으로, 기술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다.

3.1 추진 시스템: 모터 및 배터리 기술 동향과 시장 경쟁

모터

드론의 추력, 효율, 소음, 내구성 등 비행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이다. 현재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는 브러시(brush)가 없어 마모가 적고 효율이 높으며 수명이 긴 브러시리스 DC(BLDC) 모터가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16 일반적으로 소형·저가형 드론에는 브러시 모터가, 중대형·고성능 드론에는 BLDC 모터가 탑재된다.18

기술 개발의 핵심 방향은 더 높은 추력을 더 적은 에너지로, 더 조용하게 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모터 단품의 성능 향상을 넘어, 프로펠러 및 프로펠러를 감싸는 보호 구조물인 슈라우드(shroud) 또는 덕트팬(ducted fan)을 통합하여 설계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일체형 설계는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여 추력을 90% 이상 증대시키고,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16

글로벌 드론 모터 시장은 드론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 예측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25년 67억 3천만 달러에서 2032년 134억 달러로 연평균 10.33%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19 경쟁 구도를 보면, 세계 1위 드론 제조사인 DJI가 자체적인 모터 설계 역량과 수직 계열화를 통해 2024년 기준 약 24.5%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20 이는 DJI가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 시장에서도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뒤를 군사용 드론 강자인 AeroVironment(11.5%), 프랑스의 Parrot(7.5%), 그리고 고성능 모터 전문 기업인 T-Motor 등이 잇고 있다.20

배터리

배터리는 현재 드론의 비행시간과 탑재 가능 중량(payload)을 제한하는 가장 결정적인 기술적 병목(bottleneck)이다.21 대부분의 드론은 단위 무게당 에너지 저장 용량, 즉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 기반 배터리(리튬 폴리머, 리튬 이온)를 사용하며, 이들이 전체 드론 배터리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한다.22

그러나 리튬 배터리 기술의 발전 속도는 드론이 요구하는 성능 향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동력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 차세대 전지: 에너지 밀도가 기존 리튬 이온 전지의 4배 이상에 달하는 리튬-황(Li-S) 전지와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어 안정성을 높인 전고체 전지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16

• 하이브리드 시스템: 내연기관 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배터리와 함께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교체나 충전 없이도 비행시간을 수 시간 단위로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장시간 운용이 필요한 농업 및 산업 운송용 대형 드론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23

• 수소 연료전지: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친환경적이며 더 긴 비행시간을 구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23

이러한 차세대 동력원 기술은 단순한 부품의 성능 개선을 넘어, 드론의 활용 범위를 물류, 장거리 감시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확장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을 선점하는 기업은 미래 드론 시장의 판도를 주도할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3.2 센서: 드론의 눈과 뇌, 센서 종류별 시장 및 기술 분석

센서는 드론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Perception),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며(State Estimation), 임무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눈’과 ’뇌’의 역할을 수행한다. AI, IoT 기술과 결합된 고성능 센서는 드론의 자율성을 높이고, 수집된 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다.1

드론에 탑재되는 주요 센서는 다음과 같다.

• 관성 센서 (IMU, Inertial Measurement Unit):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로 구성되며, 드론의 기울어짐과 움직임을 감지하여 비행 자세를 제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센서다.

• 위치 센서 (GPS/GNSS): 위성 신호를 수신하여 드론의 절대 위치를 파악한다.

• 이미지 센서: 드론 센서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다.

• RGB 센서: 일반적인 가시광선 카메라로, 항공 촬영, 영상 제작 등에 사용된다.

• 열화상(Thermal) 센서: 물체의 온도를 감지하여 야간 수색 구조, 시설물 누수·누전 탐지, 태양광 패널 점검 등에 활용된다.25

• 다중 스펙트럼(Multispectral) 센서: 특정 파장대의 빛을 감지하여 식생 지수(NDVI) 등을 분석, 작물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데 사용된다.25

• 속도/거리 센서:

• 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를 발사하여 반사되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정밀하게 파악한다. 고정밀 3D 지형도 제작, 자율주행차 및 드론의 장애물 인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25

• 레이더(Radar): 전파를 이용하여 악천후 속에서도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글로벌 드론 센서 시장은 드론의 활용 분야가 고도화됨에 따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한 시장 조사에 따르면, 2024년 9억 4천만 달러 규모에서 2029년 25억 4천만 달러로 연평균 22.1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26 경쟁 구도는 Bosch Sensortec, TDK Invensense, Teledyne FLIR, Trimble, Raytheon 등 전통적인 글로벌 센서 전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25 이들은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형·고성능 센서 개발에 막대한 R&D 투자를 지속하며 높은 기술적 진입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3.3 부품 시장의 수익성 및 국내 기술 경쟁력 평가

핵심 부품 시장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원천 기술을 보유한 소수 기업이 높은 수익성을 가져가는 구조를 띤다. 특히 고성능 이미지 센서, LiDAR, 차세대 배터리 등은 높은 기술적 진입 장벽과 특허로 보호받기 때문에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드론 부품 산업의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 국내 민수용 드론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특히 8대 핵심 부품 기술은 선진국 대비 10%p에서 최대 50%p까지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15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용 드론을 구성하는 13종의 부품 중 비행제어(FC), GPS, 모터, 배터리, 프로펠러는 물론 핵심인 영상 데이터 송수신 모듈까지 12종이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27

이러한 높은 해외 의존도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가격 경쟁력 약화와 공급망 리스크에 상시 노출된다. 예를 들어, 리튬 이온 전지 셀의 글로벌 공급 위기는 소형 드론의 전체 생산 비용(BOM)을 급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9 둘째, 국가 안보와 직결된 치명적인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드론의 통신 모듈이나 비행 제어 시스템과 같은 핵심 부품을 특정 국가에 의존할 경우, 데이터 유출, 원격 조종 탈취, 백도어 설치 등 심각한 보안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이는 미국이 국방수권법(NDAA) 등을 통해 DJI를 비롯한 중국산 드론 및 부품의 정부 조달을 금지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9

물론, 스마트폰 산업의 발달로 AP(Application Processor), 일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셀 등 일부 공용 부품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15 그러나 드론 전용 핵심 부품의 기술 자립 없이는 국내 드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의 R&D 지원은 완제품 개발 지원을 넘어, 비행제어(FC), 고정밀 센서, 데이터링크 통신 모듈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와 원천 기술 확보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

4. 기체(하드웨어) 시장 분석: 거인의 어깨 위에서 경쟁하라

드론 기체(하드웨어) 시장은 사용 목적에 따라 군사용과 상업용으로 명확히 구분되며, 각 시장은 전혀 다른 경쟁 구도와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다.

4.1 시장의 이분화: 군사용 vs. 상업용 드론 시장

군사용 드론 시장

군사용 드론 시장은 전통적으로 드론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주축이다. 정보·감시·정찰(ISR) 임무부터 정밀 타격, 전자전, 전투 피해 평가에 이르기까지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장은 각국의 국방 예산에 기반하여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기술적 요구 수준과 보안 요건이 매우 높아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다.

글로벌 군용 드론 시장은 2024년 160억 7천만 달러에서 2032년 471억 6천만 달러 규모로 연평균 14.41%의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29 경쟁 구도는 미국의 대형 방위산업체들이 시장을 과점하는 형태다. Northrop Grumman(글로벌 호크), General Atomics(프레데터, 리퍼), Raytheon, Lockheed Martin 등이 수십 년간 축적된 항공우주 기술력과 미 국방부와의 강력한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30 이들에게 드론은 단순한 제품이 아닌, 위성, 전투기, 지상 시스템과 연동되는 거대한 국방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개발 및 공급된다.

상업용(민수용) 드론 시장

상업용 드론 시장은 초기 취미용, 촬영용에서 출발하여 현재는 농업, 건설, 에너지, 미디어 등 산업 전반으로 그 영역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군사용 시장보다 성장률이 월등히 높으며, 전체 드론 산업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은 2025년 173억 4천만 달러에서 2032년 652억 5천만 달러로 연평균 20.8%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6

이 시장의 경쟁 구도는 군사용 시장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중국의 DJI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1 DJI는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실상의 산업 표준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후발 주자들에게 거대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4.2 글로벌 경쟁 구도: DJI 제국과 도전자들의 각축

DJI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

2006년 설립된 DJI는 불과 10여 년 만에 상업용 드론 시장의 ’제국’을 건설했다.36 DJI의 성공 요인은 다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다.

• 광범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수십만 원대의 입문용 드론(Mini 시리즈)부터 수백만 원대의 전문가용 촬영 드론(Mavic, Inspire 시리즈), 그리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산업용 특수 드론(Matrice 시리즈)까지, 모든 가격대와 수요를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37

• 수직 계열화를 통한 기술 내재화: 모터, 비행 컨트롤러(FC), 짐벌(Gimbal), 영상 전송 시스템 등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고 생산함으로써, 기술적 완성도와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했다.20

• 강력한 생태계 구축: 사용하기 쉬운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하여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DJI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자사 플랫폼 중심의 강력한 생태계를 조성했다.

특히 산업용 라인업인 Matrice 시리즈는 DJI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다. Matrice 300/350 RTK와 같은 모델은 열화상 카메라, 고배율 줌 카메라, LiDAR 등 다양한 임무 장비(Payload)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으며, IP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과 센티미터(cm)급 위치 정밀도(RTK)를 제공하여 시설물 점검, 정밀 측량, 수색 구조 등 극한의 산업 현장에서 높은 신뢰성을 보여준다.37

후발주자의 생존 전략

DJI의 독점 구조 속에서 후발 주자들은 범용 제품으로 정면 대결하기보다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기술 특화: 미국의 Skydio는 AI 기반의 자율비행 기술에 집중한다. 수십 개의 비전 센서를 통해 GPS 없이도 복잡한 실내나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 충돌 없이 자율적으로 비행하고 대상을 추적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37 프랑스의 Parrot은 소형·경량 기체 기술과 강력한 데이터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운다.37

• 안보 마케팅 (Geopolitical Strategy):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중국산 드론에 대한 안보 우려와 규제 강화는 비(非)중국계 기업들에게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Skydio, Parrot, 그리고 AeroVironment, Inspired Flight 등 미국 기업들은 자사 제품이 국방수권법(NDAA)을 준수하며, 데이터가 미국 내 서버에서 안전하게 관리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공기관 및 국방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9 이는 드론 시장의 경쟁이 단순한 기술과 가격을 넘어, ’신뢰’와 ’안보’라는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 2: 주요 상업용 및 군사용 드론 제조업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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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국내 기체 제조업 현황과 중국 의존성의 명암

국내 드론 기체 제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군사용 드론 분야에서는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업체들이 중고도 무인기 개발 등 성과를 내고 있으나, 상업용 시장은 사실상 중국산 제품에 잠식된 상태다. 국내 상용 드론 시장의 90% 이상을 DJI를 비롯한 중국산 드론이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27

국내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자본과 인력 규모가 영세하여 DJI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가격 및 기술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13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공공 부문의 특정 수요에 맞춘 소량 생산이나, 농업용 등 일부 틈새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앞서 언급된 부품의 중국 의존성이다. 핵심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은 ’조립 산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27 이는 원가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품 공급망의 변동성에 취약하고, 독자적인 기술 혁신을 이루는 데에도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다만, 최근 부상하는 ‘드론 안보’ 이슈는 국내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공 안전, 국방, 핵심 인프라 관리 등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서 중국산 드론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나타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국산 드론에 대한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부품 국산화를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독자적인 보안 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5. 소프트웨어 시장 분석: 데이터가 곧 가치다

드론 산업의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면서, 드론의 비행을 제어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유의미한 정보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 시장은 크게 비행 제어 및 운영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플랫폼, 그리고 미래 항공 교통의 핵심이 될 드론 교통 관리(UTM) 시스템으로 나뉜다.

5.1 비행 제어 및 운영 소프트웨어: 오픈소스와 독점 플랫폼 경쟁

비행 제어기(FC) 소프트웨어

FC 소프트웨어는 드론의 각종 센서 데이터를 종합하여 모터의 출력을 제어하고, 안정적인 비행을 유지하는 ’운영체제(OS)’와 같다. 이 시장은 크게 오픈소스와 독점(Closed-source) 플랫폼으로 양분되어 있다.

• 오픈소스 플랫폼: ArduPilot과 PX4가 대표적이다.44 이들은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하고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러한 높은 유연성과 확장성 덕분에 연구기관, 대학, 그리고 특정 임무를 위한 맞춤형 드론을 개발하는 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실제로 전체 드론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시장에서 오픈소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2.5%에 달할 정도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47

• 독점 플랫폼: DJI와 같이 하드웨어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자사 제품에만 탑재하는 방식이다. 하드웨어에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어 높은 안정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능 확장이 제한적이고, 특정 제조사의 생태계에 종속된다는 단점이 있다.44

지상관제소프트웨어(GCS) 및 운영 소프트웨어

GCS는 지상에서 드론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자율 비행 임무를 계획하며, 실시간으로 기체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ArduPilot과 호환되는 Mission Planner, PX4와 주로 사용되는 QGroundControl이 널리 쓰인다.48 독점 플랫폼에서는 DJI가 자사의 산업용 드론을 위해 제공하는 DJI Pilot 2 앱이 대표적이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강력한 임무 계획 기능을 제공한다.40

5.2 데이터 분석 플랫폼: SaaS 모델의 부상과 주요 플레이어 분석

드론 활용의 궁극적인 목적이 ’가치 있는 데이터 확보’에 맞춰지면서, 드론이 촬영한 수백, 수천 장의 이미지를 처리하고 분석하여 3D 모델, 정밀 지도, 분석 보고서 등을 생성하는 데이터 플랫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은 2019년 약 11억 6천만 달러에서 2032년에는 43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32.0%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49

이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구독형 서비스(SaaS, Software as a Service) 형태를 띤다.49 사용자는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매하고 관리할 필요 없이, 월간 또는 연간 구독료를 내고 웹 브라우저를 통해 플랫폼에 접속하여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초기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시장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플랫폼 기업에게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시장은 다음과 같은 전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 DroneDeploy: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업계 선두 주자다. 건설, 농업, 에너지,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자동화된 비행 및 데이터 처리, 그리고 강력한 분석 및 보고 기능이 강점이다. 사용자는 DroneDeploy를 통해 현장의 3D 모델을 생성하고, 토공량을 계산하며, 작물의 생육 상태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팀원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49

• Pix4D: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PFL)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으로, 사진측량(Photogrammetry)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Pix4Dmapper, Pix4Dcloud 등의 제품을 통해 매우 정밀하고 정확한 2D 지도와 3D 모델을 생성할 수 있어, 측량 및 엔지니어링과 같이 높은 정확도를 요구하는 전문가 시장에서 업계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49

이들 외에도 건설 및 광업 분야에 특화된 Propeller Aero, 농업 데이터 분석에 강점을 가진 AgEagle, 그리고 DJI가 자체 하드웨어와 연동하여 제공하는 DJI Terra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43 이 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데이터를 3D 모델로 변환하는 기술력을 넘어, 각 산업의 고유한 업무 프로세스(workflow)에 얼마나 깊숙이 통합되어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지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건설 현장 관리자는 생성된 3D 모델이 기존 설계도(BIM)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자동으로 비교해주길 원하며, 농장주는 다중 스펙트럼 이미지를 분석해 비료를 얼마나 더 살포해야 하는지에 대한 처방전(prescription map)을 받기를 원한다. 이처럼 성공적인 플랫폼은 기술 개발을 넘어, 목표 산업에 대한 깊은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을 바탕으로 고객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End-to-end’ 솔션을 제공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표 3: 주요 드론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플랫폼 비교

49

5.3 드론 교통 관리(UTM): 미래 하늘길을 지배할 신시장

드론 배송, 드론 택시(UAM) 등 미래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드론이 도심의 저고도 공역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교통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바로 UTM(UAS Traffic Management), 유럽에서는 U-space라고 불리는 ‘하늘의 관제탑’ 시스템이다.9

UTM은 현재의 유인 항공기 관제 시스템(ATM)과 달리, 수많은 저고도 비행체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기술 요소는 다음과 같다.

• 드론 등록 및 식별: 모든 드론이 고유 식별 정보를 가지고 시스템에 등록된다.

• 비행 계획 승인 및 관리: 운용자가 비행 계획을 제출하면, 시스템이 다른 비행체나 비행 금지 구역과의 충돌 가능성을 검토하여 자동으로 승인하거나 수정한다.

• 실시간 위치 추적 및 모니터링: 비행 중인 모든 드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 충돌 회피 및 교통 흐름 관리: 드론 간, 또는 드론과 다른 장애물 간의 충돌 위험을 예측하고, 드론에게 회피 경로를 지시한다.

• 기상 및 공역 정보 제공: 실시간 기상 정보, 임시 비행 제한 구역 등 안전 운항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UTM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미래 드론 산업의 성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 시장으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 등 각국 정부와 항공 당국이 주도하여 기술 표준과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다.57 이 시장에는 영국의 Altitude Angel, 벨기에의 Unifly, 미국의 AirMap, ANRA Technologies 등 전문 솔루션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Airbus, Lockheed Martin과 같은 전통적인 항공우주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57

UTM은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5G/6G 통신, 클라우드, AI, 정밀 측위 기술이 총망라된 국가 단위의 디지털 인프라다. 이 인프라를 장악하는 국가나 기업은 미래 하늘길의 표준을 주도하고, 플랫폼을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늘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

6. 서비스 및 용역 시장 분석: 부가가치 창출의 최전선

드론 서비스 시장은 드론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최전선이다. 이 시장은 드론 하드웨어 제작 시장보다 훨씬 큰 규모와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며, 드론 산업의 부가가치가 집약되는 핵심 영역이다. 한 분석에 따르면 드론 활용 시장은 제작 시장 대비 최대 8.5배까지 성장할 수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이 51.7%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1 Fortune Business Insights는 글로벌 드론 서비스 시장이 2025년 320억 달러에서 2032년에는 2,138억 7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연평균 성장률 31.1%)이라고 전망했다.61

6.1 주요 서비스 분야별 심층 분석

6.1.1 농업

• 현황 및 전망: 농업은 드론 서비스가 가장 먼저 상용화되고 활발하게 적용된 분야 중 하나다. 드론은 넓은 경작지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로,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민수 드론 시장에서도 농업 및 임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1 글로벌 농업용 드론 시장은 2022년 11억 달러에서 2032년 71억 9천만 달러 규모로 연평균 20.7%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35

• 주요 서비스:

• 방제 및 파종: 드론을 이용해 농약, 비료, 씨앗 등을 필요한 곳에 정밀하게 살포한다. 이를 통해 노동력을 절감하고, 농약 사용량을 줄여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 효과를 동시에 얻는다.

• 작황 모니터링: 다중 스펙트럼 센서를 탑재한 드론으로 작물의 생육 상태를 분석(예: NDVI 식생 지수 분석)하여, 영양 상태, 병해충 발생 여부, 수분 부족 등을 조기에 파악한다.62

• 수익성 및 경쟁: AI 기술과 결합하여 단순 데이터 수집을 넘어, 병해충 발생 예측, 최적의 수확 시기 예측, 수확량 예측 등 데이터 기반의 처방(Prescription)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고도화되고 있다.63 농민들이 고가의 드론과 센서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서비스 구독 형태로 이용하는 ‘DaaS(Drone as a Service)’ 모델이 확산되면서 시장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64

6.1.2 건설 및 시설 점검

• 현황 및 전망: 건설 및 인프라 분야는 드론 도입을 통해 비용 절감, 공기 단축, 작업자 안전 확보라는 명확한 투자수익률(ROI)을 얻을 수 있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건설 드론 시장은 2023년 39억 달러에서 2032년 8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8.5%의 성장이 전망된다.65

• 주요 서비스:

• 건설 현장 관리: 드론으로 촬영한 고해상도 항공 이미지를 통해 공정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토공량을 정밀하게 계산하며, 자재 및 인력 배치를 최적화한다.

• 시설물 안전 진단: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위험하거나 어려운 교량, 댐, 송전탑, 풍력발전기, 대형 건물 외벽 등의 균열, 부식, 파손 여부를 드론에 장착된 고배율 줌 카메라나 열화상 카메라로 안전하고 신속하게 점검한다.61

• 수익성 및 경쟁: 드론 데이터는 건축 정보 모델링(BIM) 및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과 결합하여, 가상 공간에 현실의 건설 현장이나 시설물을 그대로 복제하고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건설 전 과정의 생산성을 혁신하고 있다. DJI와 같은 하드웨어 제조사와 DroneDeploy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그리고 FlyGuys와 같은 전문 서비스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65

6.1.3 물류 및 배송

• 현황 및 전망: 물류 배송은 드론 서비스 분야 중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도서·산간 지역이나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심에서의 ’라스트 마일 배송(Last-mile delivery)’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배송 드론 시장은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33.9%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67 현재는 미국의 Zipline(의약품 배송), Wing(Alphabet 자회사), Amazon Prime Air 등이 시장을 선도하며 상용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33

• 주요 과제: 기술적으로는 상당 수준에 도달했지만, 상용화 확대를 위해서는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

• 규제: 조종사의 시야를 벗어나는 비가시권 비행(BVLOS)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다.9

• 안전 및 사회적 수용성: 도심 상공에서의 추락 사고 위험, 프로펠러 소음,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을 해소하고 대중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9

• 수익성: 현재 드론 배송 건당 단가는 6달러에서 25달러 수준으로 다소 높지만, 기술 발전과 운영 효율화, 규제 완화를 통해 향후 10년 내에 2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이 되면 기존의 오토바이나 소형 트럭 배송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69

6.2 신규 유망 서비스 분야: 재난, 환경, 보험 시장의 부상

기존의 주요 서비스 분야 외에도 드론의 활용성은 사회 여러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재난·안전 관리: 산불 발생 시 화재 확산 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홍수 피해 지역을 매핑하여 구조 경로를 확보하며,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내부를 수색하는 등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드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71

• 환경 모니터링: 드론은 대기 오염 물질을 측정하고, 강과 하천의 수질 오염원을 추적하며, 밀렵 감시나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를 모니터링하는 등 환경 보호 활동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72

• 보험: 보험사들은 교통사고 현장, 화재 현장, 자연재해 피해 지역 등을 드론으로 신속하게 촬영하고 3D 모델링하여, 손해사정(loss adjustment)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드론 운용 중 발생할 수 있는 기체 파손이나 제3자 배상 책임을 보장하는 ‘드론 보험’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세계 드론 보험 시장 규모는 약 14억 5천만 달러로 추정되며, 꾸준한 성장이 전망된다.73

6.3 서비스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성 분석

드론 서비스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 건당 비용(Pay-per-project): 부동산 항공 촬영, 단기 건설 현장 모니터링 등 일회성 프로젝트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다.

• 구독 모델(Subscription): 대규모 농장이나 장기 건설 프로젝트와 같이 주기적인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필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월간 또는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정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 DaaS(Drone as a Service): 드론 기체, 전문 조종사,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보험 등 드론 운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통합하여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이다. 고객은 복잡한 장비 관리나 인력 운용 부담 없이 필요한 결과물만 얻을 수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서비스 시장의 수익성은 ’진입 장벽’과 ’전문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단순 항공 촬영과 같은 서비스는 저가형 드론으로도 수행 가능해 진입 장벽이 낮고, 이로 인해 수많은 소규모 사업자가 난립하여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74

반면, 높은 수익성은 기술적 전문성과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합된 분야에서 창출된다. 예를 들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열화상 카메라나 LiDAR 센서를 운용하는 기술, 수집된 데이터를 해석하여 시설물의 안전 등급을 판정하는 엔지니어링 지식, 또는 특정 작물의 병해를 진단하는 농업 전문 지식 등이 요구되는 서비스는 높은 진입 장벽을 형성하며, 시간당 150달러에서 300달러 이상의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74 결국 드론 서비스 시장의 성패는 단순히 드론을 잘 조종하는 능력이 아니라, 드론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고객의 실제 문제 해결과 직결시키는 ’솔루션 제공 능력’에 달려 있다.

표 4: 주요 서비스 분야별 시장 규모 및 성장률 전망

35

7. 미래 기술 동향과 산업 전망

드론 산업은 AI, 군집 비행,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파괴적인 기술 혁신과 맞물려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동시에, 비가시권 비행(BVLOS)과 원격 식별(Remote ID) 같은 규제 환경의 진화는 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7.1 차세대 기술 혁신: AI 자율비행, 군집 비행, UAM

AI 기반 자율비행

미래 드론 기술의 핵심은 **‘완전 자율성(Full Autonomy)’**에 있다. 현재의 자율비행이 사전에 계획된 경로(Waypoint)를 따라가거나 단순한 장애물을 회피하는 수준이라면, 미래의 AI 기반 자율비행은 드론 스스로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임무의 목적을 이해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대처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GPS 신호가 없는 실내나 빌딩 숲과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도 카메라, LiDAR, IMU 등의 센서 정보를 융합하여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정밀하게 추정하는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술이다.75 딥러닝 기반의 비전 기술은 드론이 사람, 자동차, 건물 등 객체를 식별하고 그 움직임을 예측하게 하여, 더욱 지능적인 경로 계획과 충돌 회피를 가능하게 한다.77 이러한 완전 자율비행 기술은 조종사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한 사람이 수십, 수백 대의 드론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드론 운영의 확장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다.78

군집 비행 (Swarm Technology)

군집 비행은 다수의 드론이 서로 통신하며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협력적으로 움직여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자연의 새 떼나 개미 군집에서 영감을 얻은 이 기술은 분산된 개체들이 모여 개별적으로는 불가능한 복잡한 행동을 창발해내는 원리를 적용한다.79

현재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인텔의 드론 라이트쇼처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주로 상용화되었으나, 그 잠재력은 군사, 물류,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하다.79 군사 분야에서는 수백, 수천 개의 저가형 자폭 드론이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81 AI와 결합된 군집 드론은 일부 개체가 파괴되더라도 나머지 드론들이 임무를 재분배하여 완수하는 높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게 될 것이다.83 민간 분야에서는 여러 대의 드론이 협력하여 넓은 지역을 신속하게 수색하거나, 통신망이 두절된 재난 지역에 임시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의 활용이 기대된다.85

도심 항공 모빌리티 (UAM, Urban Air Mobility)

UAM은 전기로 구동하는 수직이착륙(eVTOL) 기체를 활용하여 도심 상공에서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미래 교통 시스템, 즉 ‘드론 택시’ 또는 ’에어 셔틀’이다.86 이는 드론 기술의 최종 진화 형태로, 교통 체증, 환경 오염 등 현대 도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미국의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 등 전 세계 400여 개 기업이 치열한 기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88 글로벌 UAM 시장은 2025년경 초기 상용화를 시작으로, 2030년에는 235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88 UAM의 성공은 단순히 eVTOL 기체 개발에만 달려있지 않다. 도심 내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 수많은 비행체의 교통을 관리할 ‘UTM’, 그리고 지상의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예약·환승 플랫폼 등 거대한 신산업 생태계의 구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86

이러한 미래 기술들의 공통분모는 ’자율성’과 ’연결성’이다. 이는 미래 드론 산업의 경쟁력이 개별 기체의 하드웨어 성능을 넘어, 다수의 이기종 기체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하고, 여기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처리하는 ’시스템’과 ‘네트워크’ 역량에서 결정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7.2 규제 환경의 진화: BVLOS와 Remote ID가 열어갈 기회

규제는 오랫동안 드론 산업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각국 정부는 안전을 담보하는 전제 하에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규제 프레임워크를 진화시키고 있다. 특히 **비가시권 비행(BVLOS)**과 **원격 식별 장치(Remote ID)**는 규제가 단순한 장벽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여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비가시권 비행(BVLOS, Beyond Visual Line of Sight)

BVLOS는 조종사가 육안으로 드론을 확인할 수 없는 거리까지 비행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이다. 이는 장거리 파이프라인 점검, 광활한 농경지 관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론 물류 배송 서비스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5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22년 BVLOS 운영을 위한 포괄적인 규칙을 도입했으며, 점차 사례별 허가에서 표준화된 규칙 기반 운영으로 전환하고 있다.90 이러한 규제 완화는 그동안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던 다양한 장거리 드론 서비스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예고한다.

원격 식별 장치(Remote ID)

Remote ID는 드론이 비행 중에 자신의 고유 식별 정보, 위치, 고도,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외부에 방송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이다.92 이는 ’하늘의 자동차 번호판’과 같은 역할을 하여, 허가받지 않은 드론의 비행을 식별하고 테러나 범죄 악용을 방지하며, 항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다. 미국은 2024년 3월 16일부터 이 규정을 전면 시행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부과 및 조종사 자격 정지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94 Remote ID의 의무화는 드론을 국가 항공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중요한 단계이며, 향후 UTM 시스템이 모든 드론을 식별하고 관리하는 기술적 기반이 된다.93

이처럼 규제 프레임워크가 확립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Remote ID 장착 의무화는 관련 모듈 및 소프트웨어 시장을, BVLOS 비행 규칙 수립은 이를 충족하기 위한 고성능 통신 장비, 정밀 충돌 회피 센서, 비행 컨설팅 서비스 시장의 성장을 촉발한다. 따라서 미래의 드론 기업들은 규제를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규제 변화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고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적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7.3 산업 진입 장벽 및 분야별 수익성 비교 분석

드론 산업은 가치사슬의 단계별로 진입 장벽과 수익성 구조가 현저하게 다르다.

• 하드웨어(기체): 진입 장벽 ‘최상’, 수익성 ‘중하’

• 진입 장벽: 상업용 시장은 DJI가 구축한 규모의 경제와 기술적 해자로 인해 신규 진입이 극히 어렵다. 군사용 시장은 높은 기술력은 물론, 정부와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와 까다로운 인증 절차가 강력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96

• 수익성: DJI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용 기체 제조업체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부품 원가 부담으로 인해 이익률이 낮아지는 구조다.

• 소프트웨어: 진입 장벽 ‘중’, 수익성 ‘상’

• 진입 장벽: 비행 제어나 데이터 분석의 핵심 알고리즘 개발에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픈소스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클라우드 기반의 SaaS 모델을 채택할 경우, 하드웨어 제조에 비해 초기 자본 투자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

• 수익성: SaaS 구독 모델은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며, 고객이 증가해도 추가 비용이 적게 드는 높은 확장성(Scalability)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잠재적 수익성이 매우 높다.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은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서비스: 진입 장벽 ‘하~상’, 수익성 ‘하~최상’

• 진입 장벽: 단순 항공 촬영과 같은 서비스는 비교적 저렴한 드론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74 반면, 고가의 특수 센서(LiDAR, 초분광 등) 운용 능력,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 자격증, 그리고 BVLOS와 같은 특수 비행 승인 등이 요구되는 전문 서비스 분야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 수익성: 진입 장벽에 정비례한다. 경쟁이 치열한 저가 서비스 시장은 수익성이 낮은 반면, 높은 전문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예: 정밀 안전 진단, 법적 효력을 갖는 측량 데이터 제공 등)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판매보다 훨씬 높은 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74

결론적으로, 드론 산업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할 기회는 범용 하드웨어 제조보다는, 특정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 서비스와 이를 뒷받침하는 SaaS 기반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8. 결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제언

드론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집약된 융합 플랫폼으로서, 군사, 상업, 공공 등 전방위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치사슬 단계별로 상이한 기회와 위협 요인이 혼재하며, 특히 국내 산업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본 보고서의 심층 분석을 바탕으로, 드론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가치사슬 단계별 기회 및 위협 요인 종합

• 부품: 높은 기술 격차와 심각한 중국 의존도는 국내 산업의 근본적인 위협 요인이다. 그러나 비행시간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동력원(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과 AI 기반 고성능 센서 분야는 기술 선점을 통해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이다.

• 기체: 상업용 시장에서 DJI의 독점적 지위는 범용 기체 시장의 진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드론 안보’ 이슈와 연계하여 공공 및 국방 수요에 특화된 고신뢰성 특수목적기체 시장은 국내 기업이 공략할 수 있는 유망한 틈새시장이다.

• 소프트웨어: DroneDeploy, Pix4D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정면 경쟁은 쉽지 않다. 그러나 국내 건설, 농업, 에너지 산업의 고유한 워크플로우와 규제 환경에 최적화된 ’버티컬 솔루션(Vertical Solution)’을 개발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미래 인프라인 UTM 시장은 초기 단계이므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기술 표준을 선도할 기회가 존재한다.

• 서비스: 전체 가치사슬 중 가장 높은 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시장이다. 단순 촬영을 넘어, 드론 기술과 특정 산업의 전문 지식(Domain Knowledge)을 융합하여 차별화된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하다.

국내 드론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

1.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포지셔닝:

범용 기체 시장에서의 소모적인 출혈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대신,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ICT 기술(AI, 5G, 반도체)을 적극 활용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별 특화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의 전문 서비스 분야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 핵심 부품 기술 자립을 위한 R&D 투자 강화:

국가 안보와 산업 주권 확보 차원에서 핵심 부품 국산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행 컨트롤러(FC), 데이터링크 통신 모듈, AI 연산 프로세서, 고정밀 센서 등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부품에 대한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개발된 기술이 국내 기업에 이전되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3. 미래 시장 선도를 위한 규제 혁신 및 실증 지원:

규제를 ’장벽’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BVLOS, 야간 비행, 도심 내 운용 등에 대한 규제를 ’원칙 허용, 예외 금지’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과감히 전환하여 신규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촉진해야 한다. 또한, ’K-UAM 그랜드 챌린지’와 같은 대규모 실증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국내 기업들이 실제 운영 경험(Track Record)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4.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

영세 기업이 난립하는 파편화된 산업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이 대기업(통신사, 건설사, 물류사, IT 플랫폼 기업 등)의 자본 및 인프라와 결합할 수 있도록, 정부가 M&A 및 전략적 제휴를 활성화하는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 시너지를 창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도 기업을 육성하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드론 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하드웨어의 경쟁이 아니다. 하늘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지상의 산업과 어떻게 연결하고, 이를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지능’과 ’서비스’의 경쟁이다. 선택과 집중, 기술 자립, 과감한 규제 혁신, 그리고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통해 한국 드론 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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